'활기 넘치는 시골장터'가 따로 없었다. 엄숙해야 할 것만 같은 교구청 앞마당이 '장'을 보러 온 사람 웃음소리와 명태 전 굽는 소리, 구수한(?) 동동주 냄새로 가득했다.

5일 오전 천주교 마산교구 앞마당에서 '사랑과 나눔의 대바자'가 열렸다.

마산지구 19개 성당 가운데 17개 성당에서 천막책상 등으로 '제대로 자리'를 펴고 손님을 맞았다. 명태 전과 동동주 말고도 소고기 국밥, 쌍화차, 사과, 수박, 고추장, 멸치, 땅콩, 의류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있어야 할 건' 다 있었다.

그렇다고 마산지구만의 행사는 아니었다. 교구청 앞마당 '복판'에는 마산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여성 장애인이 손수 만든 성경책을 담는 주머니그릇이 진열돼 있었다.

   
 
  5일 오전 천주교 마산교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바자에서 마산 회원성당 소속 회원이 취나물 등을 팔고 있다. /민병욱 기자  
 
마산시 장애인복지관 부설 늘품 직업재활센터 석혜진 사회복지사는 "여성 장애인이 만든 물건도 팔고, 홍보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40만 원 정도 팔았는데, 모두 물건을 만든 장애인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활짝 웃었다.

여동생과 함께 땅콩과 김, 도토리묵 등을 구입한 정순호(65·마산시 신포동) 씨는 "주로 먹을거리를 샀다. 나도 가톨릭 신자이긴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물건은 믿을 수 있고 맛도 좋다"고 했다.

'본부'에 신고하진 않았지만 바자의 목적에 공감, 수익금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교구청 들머리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산 상남성당 청년회 소속인 장태석(34) 씨는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하우스 고랭지 수박 120여 통을 트럭에 싣고 왔다"며 "수박 사들인 값과 일부 인건비를 빼고는 전부 기부할 예정이다. 영업개시 2시간 만에 20통을 팔았다"고 했다.

바자는 해마다 11월 첫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 열리는데, 올해로 35년째다.

바자의 목적은 해마다 바뀐다. 올해는 성당마다 바자에서 얻은 수익금으로 성당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예정이라고 한다.

홍효선 천주교 마산교구 마산지구 여성연합회장(58·마산 회원성당)은 "바자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취지도 있지만, 일 년에 한 번 성당마다 화합과 만남의 장으로서의 의미도 있다"며 "수녀원 등에서 오래전부터 바자 때마다 직접 만든 메주 등을 내놓고 있는데, 무척 인기가 좋다. 부디 많은 시민이 오셔서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좋은 물건을 사시면서 어려운 이웃도 돕는 '일거양득'의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자는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