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4급인 황미선 씨의 사연이 어제 본보 지면에 소개됐다. 환갑이 넘어서야 삶의 기쁨을 맛보고,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동병상련하는 장애인들과 대화하며 웃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63세의 황씨가 하는 일은 손바느질이다. 퀼트가방과 앞치마를 만든다. 2년 동안 마산장애인복지관에서 주 1회 5시간씩 기능을 익혔고, 올해부터 순전히 황씨 자신의 힘으로 물건을 만든다. 앞치마 셋, 가방 하나를 납품했다.

물건을 바라보는 황씨의 눈빛은 열 달 품어 자식을 낳은 모성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황씨로 하여금 세상을 다시 보게 하였다. 너무도 보잘 것 없게 여겨지던 자신이, 세상의 슬픔이라는 슬픔은 다 간직한 듯 불행하게만 생각되던 자신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옛날 같으면 외출했다가도 남의 눈이 무서워 도망치듯 서둘러 귀가했지만, 이젠 다르다.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까지 재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씨가 일하는 '다복솔'은 마산장애인복지관 부설 장애인 생산품 판매소이자 장애인 쉼터다. 마산시 창동 옛 한국은행 터 건너편에 2007년 문을 열어, 퀼트 구슬공예아로마 비누 등 장애인이 정성껏 만든 제품을 판다. 개점 당시 장애인들이 만든 물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으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라 해서 주목을 받았다. 판매금액의 절반이 생산한 장애인의 몫이다. 하지만, 아직 판로가 미비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황씨처럼 장애인의 노동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경제적인 효과로 연결되지 못하면 또 다른 좌절이 될 수 있다. 복지관 관계자 말로는 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놓인다면 잘 팔릴 수 있다고 한다. 장애인 생산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장이자,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작은 걸음일 수 있다. 복지관관계자는 이 점을 유통업체 등에 잘 홍보하여 판로를 개척해야 하고, 도내 유통업체는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도움받을 장을 제공했으면 한다. 제품을 사본 소비자반응도 좋다니, 우리소비자들도 관심을 갖고 장애인제품을 구입하자. 장애인의 날과 같은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행사하기보다 상시적인 나눔과 사랑을 보여주자.